최근 전기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위해서 전기설비를 공부하고 있는데, 특히 변전 설비에서 계기용 변압기(PT, Potential Transformer)가 흥미로웠다.
위키백과에서는 계기용 변압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계기용 변압기 (voltage transformer, VT, potential transformers, PT)는 병렬 연결된 유형의 계기용 변성기이다.
즉, 계기용 변압기는 계기용 변성기의 한 종류인데, 여기서 말하는 계기용 변성기 (Instrument Transformer)란, 고전압·대전류를 계측기·보호계전기가 다룰 수 있는 안전한 수준으로 변환하는 기기의 총칭을 말한다. 즉, 사람이 사용하기 위험한 고전압의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압을 낮춰주는 기기를 말한다.
여기에서 계기용 변압기는 고전압(수천~수십만 V)을 110V로 변압(變壓)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의 의문점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변압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문득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만지면 즉사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전압이 걸린 전선에서 단순히 기기 하나를 통과했다고 따끔해질 정도의 수준으로 낮아진다니?
이 무슨 마법 같은 일이란 말인가?
변압기의 원리

기본적으로 변압기는 기기 안에서 권선비와 전자기 유도를 이용해서 바꾼다. 계기용 변압기(PT)는 고전압을 직접 계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1차에 들어온 전압을 2차에서 낮은 기준 전압으로 “비례 축소”시킨다.
해당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교류 전압을 1차 권선에 넣으면 철심에 변화하는 자기장이 생기고, 그 자기장이 2차 권선에 전압을 유도한다. 이때 1차와 2차의 감은 수 비율에 따라 전압비가 결정되며 1차보다 적게 감으면 전압이 낮아지고 많이 감으면 높아진다.
변압기의 원리를 좀 더 쉽게 비유하자면, 자전거 기어를 생각해 보자.
자전거 기어를 높이면 페달이 무거워지는 대신 한 번 밟을 때 더 멀리 간다. 자전거 기어를 낮추면 페달이 가벼워지는 대신 같은 거리를 가려면 더 많이 밟아야 한다. 즉, 기어가 바뀌어도 우리가 자전거에 쓰는 전체 에너지는 같다.
변압기도 마찬가지다. 전압을 낮추면 전류가 늘고, 전압을 높이면 전류가 줄어든다. 에너지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압과 전류의 비율만 바뀌는 것이다.
즉, 변압기는 전기를 “줄이는” 장치라기보다 같은 교류(AC) 에너지를 다른 전압 레벨로 옮겨주는 장치이다. 그래서 전압은 바뀌지만 주파수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참으로 신기한데... 동시에 변압기의 원리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분명 변압기에서 1차 권선에 교류 전압이 흐르면 철심에 "변화하는 자기장"이 생긴다고 했다. 그리고 이 "자기장이 만든 전기"를 다시 2차 권선에 유도한다.
즉...
“전기가 흐르면 자기장이 생기고, 그 자기장이 다시 전기를 만든다”
라는 건데,
도대체 어떤미친사람이 이걸 발견해서 변압기로 써먹자고 생각했을까?
외르스테드와 패러데이

변압기의 핵심 원리인 “전기가 흐르면 자기장이 생기고, 그 자기장이 다시 전기를 만든다”는 개념은 처음부터 변압, 나아가 전기 생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개념은 시대가 다른 두 사람의 발견이 우연히 맞물려 만들어진 결과였다.
1820년, 한스 외르스테드 (Hans Christian Ørsted)가 살던 시대에서는 전기와 자기는 완전히 별개의 현상이었다.
외르스테드는 강의 도중 우연히 전류가 흐르는 도선 옆에 나침반을 놓았더니, 나침반 바늘이 도선과 수직 방향으로 돌아가고, 전류를 끄면 바늘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을 발견했다.
이 현상은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변에 자기장이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했고, 나아가 전기와 자기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최초로 실험으로 증명한 사례였다.
1831년,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됐다.
외르스테드를 통해 전기와 자기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패러데이는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전기가 자기가 된다면, 자기도 전기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를 위해 패러데이는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철심에 두 개의 코일을 감고, 한쪽(1차)에 전류를 넣고 끊는 순간, 연결되지 않은 반대쪽(2차) 코일에 전류가 순간적으로 흐르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에 코일 안으로 자석을 넣었다 뺐다 하면, 코일에 전류가 발생하는 것도 확인했다. 단, 자석이 정지해 있을 때는 전류가 생기지 않았다.
위 두 실험을 통해 패러데이는 자기장이 변화할 때 전기가 유도된다는 사실을 도출할 수 있었다.
전기는 어디서부터 왔는가
앞서 외르스테드의 실험에서 눈치챌 수 있는데, 사실 전기는 외르스테드와 패러데이 이전부터 존재했다.
1800년대 이전에 전기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먼저 호박이나 유리를 문질러 정전기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순간적으로 마찰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었지만, 실용성이 없었다.
두 번째 방법 역시 실용성이 없었긴 마찬가지였다. 마찰 전기를 잠깐 저장하는 초기 형태의 축전기인 라이덴병은 귀족들이 파티에서 손님들을 줄 세워 놓고 전기 충격을 주는 오락 도구로 쓰였다.

1800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렉산드로 볼타는 세계 최초의 화학 전지인 볼타 전지를 발명했다. 서로 다른 금속판(구리·아연)을 소금물에 담그면 화학반응으로 전류가 생긴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볼타 전지는 전자기 유도 없이도 지속적으로 전류를 흘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단, 전기를 실용적으로 쓰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금속판이 소모되면 교체해야 하고, 만들 수 있는 전류의 양도 적으며, 비용이 많이 들어 대량 생산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타 전지 덕분에 비로소 전기가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시대에서 패러데이의 발견은 그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이론이었다.
"자석을 코일 안에서 움직이기만 하면 전기가 무한히 생긴다"라는 말은 자석과 코일만 있으면 전기를 계속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현대에서 사용 중인 에너지원의 핵심인 발전기의 구동 원리로 귀결된다.
발전기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로, 회전하는 자석(회전자)과 고정된 코일(고정자)을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자기장을 변화시키고 코일에 전압을 유도할 수 있다.
즉, 패러데이의 이론을 기반으로 했을 때, 자석과 코일이 있고, 자석을 물리적으로 계속 돌릴 수 있다면 전기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의 실용화는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볼타 전지를 통해 비로소 실험할 수 있게 된 "전기"라는 현상을, 외르스테드가 전기와 자기를 연결했고, 패러데이가 그 연결로 전기를 무한히 만드는 방법을 찾았으며, 변압기가 그 전기를 세상 끝까지 보낼 수 있게 했다. 낭만 합격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쓰는 전기는 모두 이 흐름 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석은 어디서부터 왔는가

자석에 철가루를 뿌리면 자기장의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실험이었다.
그렇다.
자석.
패러데이는 코일과 자석으로 자기를 전기로 바꾸는 방법을 발견했다. 코일은 전류가 흐르기 위해 만든 도선이었으니 전기 발명 당시에 있었다고 치더라도...
그렇다면 자석은 누가 발명했는가?
최초로 자석을 발명했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은 명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자석은 자연에서 발견된 광물이고, 이를 활용해 자석으로 만들었다고 발표한 시기가 문화권마다 있어왔기 때문이다.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Thales of Miletus)가 마그네시아(Magnesia) 지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전설로는 목동이 쇠 지팡이가 자철석에 붙는 걸 보고 알게 됐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석은 이미 고대 때부터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자철석은 지구 자기장이나 번개 충격으로 자구(magnetic domain)가 정렬된 광물인데, 고대에는 이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따라서 처음부터 자석을 전자기를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최초의 자철석은, 자석이 아닌 나침반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자철석을 물 위에 띄워 방향을 가리키게 하는 방식으로 나침반이 만들어졌다. 나침반의 원리는 지구 자기장에 자석이 정렬되는 현상을 이용한 것인데, 놀라운 사실은 나침반을 만들 당시 이러한 과학적 원리를 모른 채로 나침반을 발명(!)했다는 사실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자철석의 철 끌어당기는 성질을 먼저 알게 됐고, 우연히 자유롭게 둔 자철석이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걸 발견하면서 실험을 쌓아 나침반으로 발전시켰다.
1600년 윌리엄 길버트는 지구가 거대한 자석이며 지구의 자기장이 나침반 바늘을 남북으로 정렬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즉, 먼 옛날, 처음 나침반 또는 자석을 만들 때는,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으로 자기장을 띄운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 채로 자석을 발명한 것이다. 홀리몰리
전기의 역사 - 타임라인

지금까지의 내용과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은 사건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 방위 개념 (기원전)
- 자철석·나침반 (기원전 600년~)
- 프랭클린 - 번개=전기 (1752년)
- 볼타 전지·구리 도선 (1800년)
- 외르스테드 - 전류→자기장 (1820년)
- 패러데이 - 자기장→전류 (1831년)
- 실용화 - 에디슨·테슬라 (1800년대 후반)
정리된 타임라인을 보면 새삼 전기의 발전 과정이 굉장히 길었고, 인류의 발전을 함께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변압기부터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컴퓨터, 스마트폰, TV 등 대부분의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그 출발점이, 고대인들이 땅에서 주운 신기한 돌이었다니.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참고자료
- 위키 백과 - 계기용 변압기
- Viox - 전압 대 전류: 전기 시스템에서 선로 손실 및 전압 강하 계산
- 소년한국일보 - [ 과학 실험 대백과 ] 자석에 철가루를 뿌리면···
- Topmag - 자석의 역사: 고대로데스톤에서 현대의 NdFeB까지
- Newland Magnet - 천연 자석의 기원
- 위키 백과 - 나침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