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록
2025년 푸른 뱀의 해가 찾아왔다.
올해의 여정을 계획하기에 앞서, 지난 해를 되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회고록을 작성하고자 한다.
2024년 1분기 - 회사가 너무 재밌다
올해와 같이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은, 사실 일 때문에 너무나 바빴으면서도 회사 생활 중 가장 재밌었던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2023년 8월에 입사해 바쁘게 일을 배웠고, 일이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11월 제주도 워케이션 - 12월 합숙 일정을 통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다른 회사 동료분들과의 우애가 매우 끈끈해진 상태였다. 회사 동료분들과 이렇게 친해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해졌었는데, 당시 합숙을 했을 때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여행을 다녀오시는 동안 집(자택)에서 다같이 밥먹고 개발만 하는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밥은 확실히 챙겨먹자라는 대표님의 지원 아래에 늘 배터지게 먹었고, 덕분에 새벽까지 개발을 해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게임도 같이 했다.
이 즐거움은 연초에도 계속되었고, 이 때문에 너무나도 바쁜 일정 중에도 참 즐겁게 회사생활을 했던 것 같다.
여자친구와 함께 취미도 잘 즐겼던 시기였다. 물론 지금도 취미생활은 잘 이어나가고 있지만, 당시에는 바쁜 와중에도 꾸역꾸역 시간을 내어 자기계발보다는 취미 생활을 집중적으로 즐겼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일을 하게되다보니 내가 번 돈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때문에 몸은 힘들었을지언정 멘탈적으로 굉장히 안정되어있던 시기였던 것 같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원들과의 케미가 너무 좋았고, 일적으로도 기존의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면서 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2분기 -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 진로적인 고민
회사에서 일을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스스로의 능력에 질문을 많이 던졌던 시기였던 것 같다.
반년이 지났음에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했다. 성장해가는 회사에 맞춰 나도 필요한 인재가 되고 싶었는데, 과연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지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당시에 React-native(RN)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에서 3D 렌더링을 구현해야 했는데, JS로도 구현한 경험이 없는, 완전히 처음 구현해보는 기능이었다. 관련된 레퍼런스를 찾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3D 렌더링을 구현하기 위해 해당 기능과 관련된 동작 원리 등을 더 많이 찾아봐야했다. 더불어 약 45일이라는 촉박한 기한 안에 이 외의 여러 기능들도 모두 구현된 앱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당시에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그래도 결국 하면 되긴 하더라...사실 결과물에 100%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련된 기능을 알고 있는 분이 아예 없었다) 스스로 찾아내어 구동하는 기능을 구현함에 있어서 스스로 대견할 정도였다.
소스코드를 자세히 공유할 수는 없지만, 정말 여러가지 시도 끝에 Expo-three.js 를 기반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구현 과정을 요약하자면 API를 통해 가져온 3D 모델링 정보를 기반으로 blob 처리된 정보를 three.js 에 활용할 수 있게 인코딩한 후 Canvas, OBJLoader, MTLLoader 등 three.js의 내장 메소드들을 활용해 Canvas에 그려내었다.
아마 관련 기술 스택을 보유한 개발자분이라면 금방하실 수 있을 것 같다. 내 경우에는 obj, mtl, texture 등의 3D 모델링에 대한 기본 개념이 전무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련 개발자도 없었기 때문에 학습하고 적용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회사 내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스스로 헤아려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사무치게 깨달았다.
덕분에 구현해본 적이 없는 기술 스택을 구현할 때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하는지, 어떤 레퍼런스를 참고해야하는지 등 다양한 접근방법과 학습방법 관련된 역량을 좀 더 단련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제는 어떤 일을 맡아도 자신있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미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지식이 전무한 일을 주더라도 어느정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물론, 관련된 지식을 가진 분이 피드백을 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지만...
동시에 진로적으로도 고민이 많아졌다.
프론트엔드 웹 개발자로 지원했음에도 React-native를 활용한 앱 개발 프로젝트에 더 많이 참여했었기 때문에,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진로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무엇을 이루어낼 것인지, 장기적 차원에서 내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즈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스스로 뿌듯해하던 순간도, 진로적으로 고민이 되던 순간들도 모두 잊을만큼 힘든 순간이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장례식장에서 자리를 지키는 입장이 되어보았고, '죽음'이라는 것은 늘 곁에 있다는 사실과 그렇기에 더더욱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할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은 되지 못하겠지만, 적당히 무언가를 해서는 죽어서 후회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빈소에 방문에 조의를 표해주셨는데, 우습게도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3분기 - 건강 악화, 퇴사
앞선 2분기에서 취미였던 클라이밍과 농구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3분기에는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5월부터 무릎이 점점 아파왔고, 3개월이 지나도 차도가 없어 8월즈음 병원을 방문했다.
반월판 연골이 손상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노력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과했다. 일주일에 5일씩 운동을 했는데, 강도 높은 운동을 하다보니 오히려 관절에 무리가 간 것.
당시에는 바로 수술을 할 정도로 이야기가 심각했고, 이 때문에 퇴사를 고민했다.
일전에 우스갯소리로 다리가 아파도 팔은 있으니 입원해서라도 코딩하면 된다고 했는데 막상 진짜 그렇게 되려니 생각보다 걱정이 많이 되었다.
이때 지방 출장까지 있던 때라 회사를 더 다닐 수 있을지 고민이 정말 많이 되었다.
내가 너무 나약한가? 왜 건강 관리를 못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특히 과한 운동으로 소홀했던 자기 관리가 계속 아쉽게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퇴사를 결심해 9월에 회사 측에 이야기를 전달했다. 회사 측에서 설득이 있었지만, 약 1년 2개월의 여정에서 몸도 지쳤고 수술을 받아야하는 상황에 수술비 걱정도 되는 등 마음이 많이 위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퇴사를 하기로 했다.
회고를 쓰는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좀 더 다녀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한다. 하지만 후회가 깊게 남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만큼 열심히 일했던 것도 있고, 지금은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4분기 - 부트캠프, 그리고 중도하차
최근 TIL 포스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했는데, 패스트캠퍼스에서 주관하는 Upstage AI Lab이라는 부트캠프 과정에 참여했다.
챗지피티를 자주 사용하고, 개발 공부를 할 때부터 계속 LLM 등에 대한 AI 기술들이 부각되어오던 시기인만큼 AI 기술에는 늘 관심이 있었다.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어떤 기술들이 활용되는지 등 관련된 도메인을 가지고 싶었다.
마침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자비로 학습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부트캠프 과정에 참여했다.
매일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가 넘도록 바쁘게 강의를 들었고, 다양한 실습들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토록 배울 생각만하고 미루고 있던 파이썬도 드디어 배울 수 있었다. AI 관련된 기술들도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데이터 전처리 과정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등을 알 수 있어 바쁘지만 그만큼 열심히 학습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스택을 배워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했다. 자비부담이라 더 열심해 했던 것도 사실인듯
하지만...안타깝게도 지금은 더 이상 학습하고 있지 않다.
내 오해로 인해 과정을 참여하기 위한 금액적인 부분에서 착오가 있었고, 이에 따라 전체 과정을 이수하기에는 금전적인 한계가 있어 추가적인 학습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패스트 캠퍼스 측과의 얘기가 매우 잘 진행되었고, 감사하게도 이 부분을 잘 이해해 주셨다. 지금까지 진행한 과정에 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이제는 홀로 AI 공부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AI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 스택 퍽(perk)을 가지는 것이 어느정도 메리트가 있는지 잘 가늠이 되지 않고,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휴식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AI를 배우고 싶은 열망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으니 배움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2025년을 맞이하며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수수께끼다. 현재는 선물이니, 그렇기에 'present'라고 불린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구절이다.
다가오는 2025년에도 불확실한 것들이 많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에 충실하고자 한다. 현재를 즐기고, 최선을 다하여 후회없이 사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올 한 해도 인간으로서, 개발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자, 가보자고!